한국에서 하고 있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중학생이 된 아들의 학업은 검정고시를 보기로 했으며 아내의 일도 멈추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이제 여행을 시작한 지, 192일이 지났다. 오늘은 사춘기가 된 아들과 아빠 사이에 일어난 변화들을 기록해 보고자 한다.
1. 목소리가 변해가는 아들
여행을 시작했을 때만해도 꾀꼬리처럼 얇고 귀여웠던 아들의 목소리가 이제 상남자 스타일의 목소리로 변해가고 있다. 아직 애기 때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 그 얼굴로 굵은 목소리를 낼 때는 많이 어색하고 때론 깜짝 놀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장하고 있는 아들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엄마보다 작았던 키는 엄마보다 커졌고 아빠 키와 꽤 많이 비슷해졌다.
2. 아빠를 알려주는 아들
기저귀도 갈아주고 밥도 먹여주고 조심해야 할 것을 일일이 알려줬던 아들이었는데, 어느새 이제는 아빠가 아들의 도움을 받아야 할 일들이 꽤나 생긴다. 특히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는 아들은 늘 영어 못하는 아빠에게 조언(?)을 한다. "이럴 땐 'Please'를 붙여야지!", "아빠! Thank you. 라고 말하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알아?" 등등
길을 찾을 때도 관찰력이 좋아 아빠가 헤매고 있을 때, 맞는 길을 찾아내기도 할 뿐더러 이제 심지어 대식가인 아빠보다 더 많이 먹는 날도 많아지고 있다. 언젠가 아빠보다 키가 커질텐데, 기분은 좋겠지만 아직은 여전히 상상이 되진 않는다.
3. 성숙해진 아들
모든 것은 시기가 있다. 그래서 더 빨리 성숙해지거나 어른스러워지는 것이 어떤 의미로는 좋은 것이 아닐 수 있다. 물론 아빠와 함께 있는 아들의 모습은 4-5세 말을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은 아이의 모습 그대로지만, 아빠와 함께 없을 때면 '아들이 많이 자랐고 성숙했구나'를 느끼는 것 같다.
그 성숙이 외면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 말이다. 어린 동생들과 있을 때는 아빠 엄마를 대신해서 잘 돌봐주고 동생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다거나, 이모와 삼촌들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우리 아들이 많이 자라고 있구나.'를 말이다. 우리가 여행을 시작하면서 필자가 가장 마음에 두었던 것이 내면적인 성장이었다. 아들의 성장과 우리 부부의 성장. 부디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모두가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것들을 경험해서 더 낮아지고 겸손하며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졌으면 하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여행을 시작한 지 이제 꽤 시간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들을 보고 들었고 경험했다. 이 경험들이 우리가 변화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부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그런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들이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