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을 찾아 헤매다가 어떤 블로거의 글을 읽었다. '올해를 11장의 사진으로 표현한다면?' 이라는 주제로 너무 재미있게 그림과 함께 곁들이면서 의미있는 내용들과 함께 적은 글을 보았다. 굉장히 도전의식이 올라왔다. 나에게 2024년을 표현하는 사진이란 뭘까?라는 물음으로 오늘 글을 시작한다.
01
유튜브를 시작해 보고 싶었다. 그냥 취미로 하는 것 말고 24시간 여행과 촬영, 편집하면서 그동안 일하면서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감, 번아웃증상 등을 모두 털어 보고 싶었다.
필자의 유튜브 채널 <트래블중>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가 필요했다. 이 카메라는 언제나 내 손이 가장 잘 닿는 곳에 있으며 지금도 내 곁에서 나를 지켜주고 있다.
올 한해, 이녀석과 가장 많이 붙어 있었던 것 같다. 24시간 붙어 있는 가족 보다도 더 말이다. 하지만, 지금껏 6개월 넘게 매일 같이 촬영했지만, 한 번도 말썽 부린적 없이 거친 환경을 잘 견뎌 주는 이 녀석이 고맙고 또 고맙다. 앞으로 남은 시간도 잘 부탁해!
02
ENFP 성향을 가진 세 가족 모두의 소유를 모두 팔았다. 이제 우리가 가진 것이라곤 큰 캐리어 두 개! 그리고 각자 한개씩 맨 백팩, 그리고 작은 가방이 전부이다. 우리의 집을 정리하면서 알게 되었다. 우리는 왜 이렇게 필요없고 쓰지도 않을 것을 그렇게 움켜쥐고 살았는가 말이다.
집에 가득찬 물건들을 그렇게 버리고 버렸는데도, 지금 매고 든 가방이 무거워 필자는 비행기를 탈 때마다 가족들에게 더 버리기를 강요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이 땅에 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채 돌아가야 한다. 내 손에 가진 것이 없으면 없을 수록 우리는 더 자유해 진다.
03
우리의 첫 여행지는 인도네시아 발리다. 왜 발리를 첫 여행지로 선택했냐고 묻는다면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다. 우리 부부의 신혼여행지이며, 물가가 저렴했기 때문이며, 아내의 외삼촌이 살고 계시기에 등등. 하지만, 우리가 정작 발리로 첫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는 끝까지 첫 여행지를 선택하지 못해서 결국 제비를 뽑은 결과이다.
발리는 너무나 행복하고 좋은 기억만을 우리에게 남겼다. 발리인들의 친절한 웃음, 맛있는 음식들, 아름다운 자연. 그래서 우리 가족 모두에게 발리는 따뜻하고 행복하고 살고 싶은 곳이다.
04
예전부터 아이의 교육과 여러가지를 위해 말레이시아에 관심이 많았던 우리는 결국 두 번째 나라로 말레이시아를 선택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말레이시아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았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의 입맛에 맞는 것들을 찾아나갔고 한동안 우리의 아침은 편의점에서 파는 1링깃짜리 카스테라였다. 그럼에도 감사하고 행복했다.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유독 말레이시아에서 우리 부부는 의견 충돌이 꽤 있었던 것 같다. 우리 부부와 말레이시아는 안 맞는 것일까? 그래도 가장 많은 지역을 다녀본 것이 말레이시아이다. 좋은 기억도 그렇지 않은 기억도 그래서 더 많다. 아내는 절대 동의 하지 않겠지만, 가장 애증의 관계 같은 곳이 말레이시아이다.
05
"싱가포르는 작은 나라이고 범칙금과 규제가 심하다."라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갔던 이곳은 필자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곳이었다. 두 가지가 가장 놀랐는데 첫째는 물가가 한국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처음에 페트 코카콜라가 4,000원 했던 것이 너무 충격이어서 여전히 싱가포르는 물가 비싼 나라로 기억된다.
또 한가지는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영어 울렁증이 있는 필자는 영어를 잘하는 여행지에 가면 괜히 움츠려들고 자신없어지는 것을 느꼈다. "나는 한국어 잘하니까 괜찮아. 이건 너의 모국어지 우리의 모국어는 아니야"라는 태도를 조금 가지면 좋으련만, 그게 잘 안 된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는 과거에 한 나라였다. 두 나라를 모두 다녀보니 비슷한 점도 너무 많지만, 다른 점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싱가포르는 좁은 땅을 가지고 어떻게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 지 잘 보여주는 나라이다. 반드시 가봐야 할 나라가 분명하다.
06
베트남 호치민에서 하노이로 가는 30시간 열차를 타고 가는 중에 찍은 사진이다. 사실 이때는 유튜브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베트남 종단 열차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호기롭게 비행기를 포기하고 이 여행을 선택했는데 다시는 저 기차는 못 탈 것 같다.
왜냐하면 30시간 열차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3일 동안 꼼짝도 못하고 앓아 누웠기 때문이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30시간을 보내는 건 무모하고 어리석은 도전일 수 잇었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래도 설레고 행복했다.
심지어, 식당 열차칸이 있다는 잘못된 정보를 입수해서 먹을 것을 사들고 가지 않았어서 거의 공복상태로 30시간을 버텼다. 과자 반쪽으로 나눠먹으면서 허기를 달랬기에 열차에서의 힘듦이 배로 크게 느껴졌다.
07
베트남 사파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해발 1,500m에 위치한 이 지역은 기본적으로 산등성이라 구름이 바로 눈 앞에 걸쳐 있을 때가 많다. 모든 것이 내려보이기 때문에 보는 광경도 아름다울 뿐아니라 눈 앞에 푸르름이 늘 펼쳐져 있기 때문에 눈이 편안하다.
여기서 먹었던 코코넛 카레나 시카고 피자가 기억난다. 정말 맛있게 먹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던 기억, 툭툭이 타고 여기저기를 관광했던 기억 때문에 소중하지만, 이곳에서 아내의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서 너무 걱정이 됐고 이러다 여행 멈춰야 되는 거 아냐?라는 정도의 몸 상태까지 갔기 때문에 여행의 템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은 힘들어야 하고 고생해야 해'라는 필자의 생각 때문에 가족들이 더 힘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던 시간이었다.
08
남쪽에서 북쪽까지 훑으며 여행했던 베트남을 떠나 이제 선교사님이 계시는 태국으로 향했다. 대학생 때 알고 지냈던 선교사님의 인연으로 원주민 사역을 하고 계시는 지역에 도착했다.
여전히 아내는 몸이 좋지 않았기에 휴식을 취했고 선교사님께서 원주민들과 예배하는 곳으로 초청해 주셨다. 예배가 끝나고 우리는 그분들께 감사하게도 식사를 대접받았다. 20년 전에 아빠가 찾았던 선교지에 아들과 함께 그곳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아빠가 20년 전, 잠시 스쳐갔던 비현실적인 곳을 그 사이 아들이 태어나 다시 함께 찾았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고 행복했다. 그 어디서도 할 수 없는 경험을 아들이 한 것 같아서 필자가 배가 불렀고 좋았다.
09
하와이는 가족들이 꼽은 '정착하고 싶은 여행지 1위'이다. 아름다운 와이키키 해변과 주말마다 열리는 대규모 플리마켓은 정말 이곳이 하와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이유이다. 이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설레게 만들고 행복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고 황홀한 여행지이기도 하다.
'여기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와이키키 해변에 몸을 담구고 있으면 이 세상 어떤 걱정도 사라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해도 쨍쨍 바람은 시원, 파도는 멋진 하와이, 지금도 꿈만 같은 곳이다.
10
하와이까지 왔는데 미국에는 가봐야지! 샌프란시스코 입국심사가 미국 전체 주 중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이라는 소문을 듣고 엄청 걱정했지만, 입국심사 설렁하게 하는 하와이에서 국내선으로 건너가는 것이기에 그냥 통과된 것에 엄청 편하게 미국 땅을 밟았다.
미국이라는 곳이 주는 설렘과 낯설음에 많이 긴장해서 두려운 것이 많았지만, 이곳에서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아는 동생이 함께라 큰 힘이 되었다. 흔쾌히 자신의 거실을 필자에게 내어 준 동생과 함께 미국 여행이 시작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우리가족을 챙기느라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고 여행하는 우리들에게 한국음식을 차려준 동생 부부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사했다. 그로 인해 우리 가족은 동생 가족과 한번씩 영상통화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만큼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11
호주는 필자를 위한 여행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잘 맞았다. 아름다운 대자연은 물론 도심지도 미국처럼 이국적이지 않은 느낌이 들었으며 걱정했던 인종차별은 구경도 못해봤다.
오히려 호주사람보다 동양사람을 더 많이 보았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동양인이 많았다. 곳곳에 커피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고 말레이시아에서 워낙 음식으로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물가가 비싼 것 빼고는 정말 모든 것이 완벽할 정도로 좋았다.
왜 많은 사람들이 호주가 좋다고 하는 지, 이곳을 여행하면서 제대로 느꼈다. 필자는 시드니와 멜버른을 여행했는데 다음에 또 호주여행을 하게 된다면 꼭 다른 지역들도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호주여행 시드니보다 멜버른이 더 좋은 3가지 이유
필자는 지금 호주 시드니를 7일 여행했고 멜버른에서 3일째 여행 중이다. 호주를 처음 와 본 입장에서 두 도시 중 어떤 곳이 더 여행하기 좋은지를 비교해서 남겨 보려고 한다. 부디 호주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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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진 1장은?
글감을 찾기 위해 시작한 '올해를 표현할 11장의 사진'은 생각도 못하게 진지해졌다. 사진첩을 뒤지기 시작했고 사진을 고르는 대략 2시간 동안 11개월이 순식간에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행복했다.
현재 필자는 평생동안 해보기 힘들수도 있는 도전을 하는 중이다. 틈만나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파고 들지만, 그럼에도 계속 여행할 수 있는 건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지금 이순간에도 결국 필자에게는 가장 좋은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결국 나는 좋은 선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