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온 가족이 기상도 하기 전에 긴급재난문자가 온 집에 요란하게 울려댔습니다. 먼저 기사를 본 아내가 집안을 뛰어다니며 짐을 싸기 시작했고 아이도 곧 일어나 여기저기 집안이 난리가 났습니다. 잠에서 덜 깬 상태로 화장실로 가서 양치를 하고 세수하고 정신이 들자 긴급재난문자를 봤습니다. 북한 미사일 발사로 서울지 전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그런데 엥???
1. [재난문자] 우선 대피하라 근데... 어디로?
창 밖으로 요란하게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불안한 사이렌 소리지만 오랜만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종종 북한의 도발로 라디오나 "동네에서 공습 경계경보입니다."라며 방송이 나오던 시절이 있었던 걸 아시는 분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학교에서 책상 밑으로 숨으며... 이번엔 진짜 전쟁 나는 거 아니야? 결국엔 아니네? 이러면서 지나갔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저는 그런 경험을 학습해서 이번에는 북한이 오래간만에 도발하는구나? 라며 대피할 준비는 했지만 크게 걱정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긴급재난 문자를 찬찬히 읽어 봤습니다.
[서울특별시] 오늘 6시 32분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문이 들었습니다. 대피할 준비를 하는 것까진 이해했고 어린이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도 맞는데 어디로? 지금 대피해야 하는 건지? 언제 대피하라는 건지?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긴급재난문자로는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고 TV를 켰습니다.
초등학생 아들 녀석은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많이 무서웠나 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별일 없을 거라고 아들을 꼭 안아주고 언제든 뛰쳐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데 아들이 기도하자며 잠깐 함께 기도하는 사이, 또다시 사이렌이 울리며 긴급 재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2. [재난문자]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 오발령?
첫 번째 긴급재난 문자가 온지 9분 만에 온 두 번째 긴급재난문자
[행정안전부]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
온 가족이 두 번째 오발령 문자를 받고 마음을 놓였습니다. 하지만 오발령이란 말은 경계경보가 잘못 보내졌다는 건데 새벽에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집이 한 두 집이 아닐 거라 예상한다. 그런데 저런 짧은 문자하나로 상황을 종료해 버린 것에 매우 혼란스럽고 황당했습니다. 그리고 보내온 문자도 뭔가 첫 번째 문자처럼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정부가 보낸 공식적인 문자가 아닌 중간에 누가 급하게 보낸 것 마냥, 오발령 사항, 알려드림과 같은 모호하고 중간에 끊어버린 듯한 느낌까지 들었습니다. 결국에는
서울시가 31일 서울지역에 경계경보를 발령했으나 이는 잘못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고나서 북한의 이러한 공개적인 불법 행위는 처음이라고 생각되는데 크게 위험한 일은 아니라서 그냥 대충 이렇게 넘어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이번 일이 진짜 긴급한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아찔하기만 합니다.
3.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았다면?
혹시 이번 소동 때 "난 긴급재난문자가 안 왔는데?"라는 분이 있다면 긴급재난문자 설정을 확인하시면 됩니다. 혹은 긴급재난문자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는 분들은 아이폰의 경우
설정 < 알림 < 맨아래 긴급재난문자, 안전안내문자를 체크하시거나 해제하시면 됩니다.
4. 글을 마치며
집안에 한바탕 우당탕탕하며 소란이 일고 아무런 일도 없었던 것처럼 새로운 일과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긴급재난문자와 민방위 대피 방송 사이렌 등등의 어처구니없는 대처가 씁쓸함을 가득 남겼습니다. 한국 정부가 어떤 입장과 대처를 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황당과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찬 시작입니다.
